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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유] 반도체 전문가도 반년 뒤 예상 어렵다는데…삼성전자 고점론 왜 "주식투자 전략 맞물려 논란 확대 재생산"…실제 시장상황과 구분해 판단해야

Abraham's travel 2018. 9. 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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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대표(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사장)가 맞을까 모간스탠리가 맞을까.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을 두고 반도체 업계와 외국계 증권사의 기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온 삼성전자 (47,400원 상승150 0.3%)가 올 3분기 17조원대에 달하는 또 한번의 역대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지만 반도체 고점론에 합류하는 외국계 증권사는 오히려 늘어나는 형국이다.

◇외국계 증권사 이어 마이크론까지 고점론 가세 = 26일 반도체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모간스탠리가 반도체 경기 고점론에 불을 붙인 이후 올 들어 골드만삭스, JP모건, CLSA가 비슷한 전망을 내면서 모간스탠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증권사의 견해를 종합하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양대산맥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고점이 지나가고 있거나 지났다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D램 공급부족 주기가 2018년 4분기에 끝나고 내년부터 업황 하락 주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D램 업계 2위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까지 지난 20일 콘퍼런스콜에서 올 4분기(미국 회계기준 2019년 1분기) 매출 전망을 시장 예상(84억5000만달러)보다 낮은 79억~83억달러로 제시하면서 반도체 고점론에 부채질을 했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18'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종합기술원장인 김기남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18'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종합기술원장인 김기남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업계선 "경기 고점 경과 판단 일러" = 현업에 몸담은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도 이런 전망에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당장 반도체 업황 전망은 6개월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는 3~6개월까진 주요 거래업체와의 계약가격(고정거래가격)을 토대로 예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업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아 현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최고경영자들도 6개월 이후 전망까지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김기남 대표가 지난 12일 삼성 AI(인공지능) 포럼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속시원하게 내년 전망을 밝히지 못하고 "4분기까진 업황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을 아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대표는 당시 "몇개월 후 시장 예측도 사실은 어렵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황은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김 대표의 언급은 적어도 반도체 경기가 고점을 지났다거나 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일부 분석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라며 "업계의 시각도 김 대표의 분석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초호황 이후에도 호황 지속 가능성 커 = 한가지 더 짚어볼 점은 반도체 경기가 고점을 지난다고 해서 과거처럼 곧바로 불황으로 돌어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고점을 지난 반도체 업황이 초호황기에서 호황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잖다.

무엇보다 시장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일단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주도했던 수요는 올 들어 데이터센터로 이어졌다. 아마존, 구글 등 차세대 클라우드시장 선점을 노리는 글로벌 IT 공룡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전세계 메모리반도체를 동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5년 안에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반도체 수요가 또 한 번의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본다. 일상에 침투하기 시작한 로봇과 AI 기술도 반도체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울 변수다.

반도체업계의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도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인사는 "10년 전만 해도 새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생산량 확대와 공격 경영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생산성 증가가 과거 수준에 크게 못 미치면서 과거처럼 시설투자를 하더라도 공급을 대폭 늘리기는커녕 수요를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설투자 규모는 900억달러 수준으로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이 한창이던 2006년의 4배에 달하지만 출하량 증가율은 D램 기준으로 2007년 89%의 4분의 1 수준(20% 안팎)에 그친다.

반도체 전문가도 반년 뒤 예상 어렵다는데…삼성전자 고점론 왜

◇ 모간스탠리도 과거와는 다른 상황 인정 = 반도체 고점론의 대표주자인 모간스탠리가 내놓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이후 실적 전망치에서도 고점 경과가 불황의 시작은 아니라는 게 확인된다.

모간스탠리는 SK하이닉스가 2018년 영업이익 21조원, 2019년 18조5000억원, 2020년 17조원을 거둘 것으로 본다. 최근 반도체 경기 고점론에 합류한 골드만삭스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로 2018년 22조9000억원, 2019년 19조3000억원, 2020년 18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매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를 경신하는 추세가 꺾이더라도 과거 호황기와 불황기의 실적이 2~3배 차이를 보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익 흐름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는 "외국계 증권사가 내놓은 반도체 경기 고점론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업황 자체에 대한 전망보다는 주식 투자 전략에 무게가 실리면서 고점 논란이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실적 둔화 전망 역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개별 이슈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이익 호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